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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 EX ] —



차게 가라앉은 먼지, 선명히 퍼져가는 혈흔, 따스히 흐릿해져 가는 빛. 몸 중앙을 정확히 꿰뚫은 비릿한 향의 금속.

음절에 높낮이가 없고, 나른하기만 했던 그 음성에 물먹은 듯한 떨림. 버베나의 장난꾸러기, 혹은 신의 완벽한 피조물이라고도 불렸으며, 까망이, 선배, 친구이기도 했던 그가 말하길.

"어.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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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유서는 써두시는 게 좋을 텐데요.... 다 작성하실 때까지, 기다릴게요.'

'... 꼭 필요한 겁니까. ...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고...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.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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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미가 있었습니다.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음을, 나의 내면에 있는 불씨가 꺼져가는 때에 깨달아버렸습니다.

왜—

왜 이제서야, 당신들에게 전할 말들이 무수히 떠오르는 걸까요.


단계를 거치지 않고 성장한 사람은 결코 '어른' 이 될 수 없다. 그러니 멜라인 데오 볼렌테는 어른이 될 수 없었다. 그는 가장 사랑한 이들의 품속에서,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.

하루종일 케이크만 먹으며 지내고 싶다, 아도니스에 가서 가장 큰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, 블루벨의 가장 유명한 명소에 가보고 싶다, 버베나에서
또 다시 동기들을 나고 싶다.

그러니까—

독립한 아이리스에서, 자유로워진 아이리스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.

멜라인 데오 볼렌테는 그 마지막 음절을 내뱉은 채, 안식처— 포르투스를 향해 항해한다.